전기차
자동차업계에서 전기자동차는 어떤 의미일까요? (지나간 과거를 바라보며 현재에 끼워맞추는 건 지나간 주식차트를 보는 것 마냥 크게 의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반성은 할 수 있겠죠.)
'언젠가는 분명 다가올 미래지만, 그 첨단에 서고 싶지는 않다'가 비교적 정확한 속내일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다가올 미래이기에 관련연구는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 연구소들이 죄다 한두번씩 건드려보았고, 국가기관과 한전까지 죄다 발을 걸치고 프로토콜을 정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이런데, 다른 자동차 회사를 가진 독일이나 일본 , 미국은 더하지 않았을까요?
석유를 이용한 내연기관은 흘러온 세월만큼 뿌리깊게 박혀 있습니다. 이동권을 보장하는 에너지부터 때로는 세금의 징수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파생된 산업은 또 어떻습니까? 꼬리가 몸을 흔드는 격으로 다양한 플라스틱수지, 정제부산물, 어디하나 버리는게 없지 않나요?
세단 자동차, 그리고 주택다음으로 신중한 구매를 하는 자동차이지만 의외로 파급력은 상당합니다. 선진국처럼 구매력이 있는 곳에서는 외장이나 기능의 차이가 아닌,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니만큼 교체주기는 상당히 빠를 것입니다. 이는 관련 인프라의 변화를 촉진하게 되죠. 그러니 국가기관과 에너지 공기업, 연구기관이 연구를 돕는다지만 실은 최대한 지연시키고자 달려든겁니다. 가능한 그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고요.
단순히 빌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어릴 때 석유고갈 얘기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내가 왜 석유로 돈버는 남의 나라 매장량을 들어야 하나 짜증이 났지만 뭐 기름한방울 안나는 나라라고 아껴쓰라며 못이 박히게 들었습니다.
아니 근데 이 매장량은 날이 갈수록 늘고만 있습니다. 미국은 지네땅 기름은 비축용이라 안쓴다더니, 트럼프가 스팀으로 쥐어짜 산유국하고 싸웠고요. 기술의 발전으로 매장량 탐사가 늘었다는데, 이씨..난 기술발전으로 사용량이 늘어나서 고갈된다고 배웠다고요.
도요타 프리우스는 어떻습니까? 이게 참 애매한데...기술의 첨단이기도 한데 그래도 내연기관의 정점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기존 자동차 업계에서 내보일수 있는 절충안이 아니었을까요?
에너지 절감과 탄소배출량 절감, 기술발전의 로드맵을 따르면서도 석유에너지 절감의 연착륙도 노릴 수 있습니다. 조화를 내세우는 일본(겉으로는)다운 자동차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대로만 가면 어느 한계까지는 지속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올릴수 있었을 겁니다. 한계가 근접한다면?? 그럼 그때 바꾸면 되는 거지요.
룰 체인저가 등장해버렸습니다. (일런 머스크의 특이한 희망은 참 그럴듯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자동차 업계가 이런저런 이유로 미적대고 있을대 과감하게 시장에 들이밀어 버렸죠. 말이 나왔으니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원하는 걸 그대로 다 해주지 않았나요? 예전부터 전기자동차 개조도 해준다고 하고, 보조금 지원도 한다고 하고 뭐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가서 보면 나한테는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조건만 가득합니다. 결국엔 물량도 없으니 돈을 더 주고라도 사질 못하는 거죠.
개척자로서 첨단에 서는 것의 장점은 자신이 시장을 리드한다는 점이죠. 내가 내놓은 제품이 교과서가 됩니다. 엄격한 기술과 규격장벽은 기존제품의 발을 묶기만 합니다. 법은 죄를 앞서 갈 수 없잖아요? 새로운 신규경쟁자가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는 각종 표준과 법규, 시험은 테슬라앞에 허둥거리며 오히려 테슬라를 옹위하는 신규 장벽으로 자라날 겁니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선두진출하면서 자신들의 생태계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테슬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자동차의 무인운전 알고리즘 세팅? 또는 자사 차량의 학습AI 빅데이터? 잘은 모르겠지만 단순히 자동차 플랫폼만은 아닐 것 같네요.
전기 자동차는 내연기관이 없어지고 모터와 전기부품으로 이루어지기에 저렴해지고 다양한 기업들이 진출할수 있다고 하는데, 전 그부분은 갸웃합니다.
말(馬)로부터 이어진 이동수단에 대한 거의 원초적 본능이라고 할까요? 빠르다는 이유로 영물취급하는 적토마등의 말을 생각해보십시오. 지금도 마력이 쓰이는 이유는 이동수단의 유물이기 때문입니다. (빌어먹을 746W...) 그리고 말을 비롯한 이동수단은 결코 싸지 않습니다. 말은 소화효율이 매우 떨어지는 동물이었고 훈련유지비용도 비싸기에 기사는 희귀했죠. 이는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연기관은 출력이 높아지고 효율이 좋아지며 동력당 비용이 절감되었지만 부가 편의장비/안전장비가 늘어나며 가격은 점점 상승했습니다. 지금 티코나 타타대우의 나노 승용차를 우리나라에서 누가 사겠습니까?
이렇듯 테슬라가 전기자동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그리고 전기자동차가 앞으로는 대세가 되는 것은 분명할 것 같습니다. 뭐 이건 저 양반의 안목때문은 아니고요. 예전부터 올거라고 생각했고 이제 어쨌든 판이 벌렸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는 미래를 예측할 깜냥은 안되구요.
그래도 이제 일어날 기존 텃세들의 반격은 예상가능합니다.
일단 신규 개척자에게 법은 먼저 관대합니다. 초기 비용이 어마어마 할테니까요. 그런데 안전에 관계된 것은 그럴수가 없습니다. 자동차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이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사고와 불량이 안전을 위협한다면 큰 문제가 됩니다. 미국에서 토요타의 리콜 사태를 보십시오. 기십년의 모범기업이 한순간에 휘청거릴 정도입니다. (뭐 이사태를 좀더 다양하게 알고계신 분은 다음 포스팅에..)
즉, 이제 같은 링으로 와서 싸우자는 겁니다. 적폐세력들에겐 이와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페일 세이프로 차체가 잠기면 반드시 문을 열 수 있는 상태로 되어야 합니다. 핸들뿐만 아니라 센터페시아는 운전자가 충격을 가하면 내부로 부서지게 되어있습니다. 차체 외부의 균형은 서로간의 마감치수가 맞물리도록 되어야 합니다. 외장에서 보이는 불량은 모두가 잘 참지 않으니까요. 우리나라는 범퍼를 외장과 동일시 하지만 해외는 적어도 범퍼에 대해서는 관대합니다. 기름값이 비싼 나라는 연비에 민감해 에어컨도 신중하지만 북미 유럽은 오토로 놓고 사시사철 돌립니다. 이런 데이터를 가진 박사급이 신생 초딩과 전공시험을 보겠다는 겁니다.
예전에 대우 '탱크주의'광고를 아십니까? 제품 수명을 20년으로 늘리겠다는 거였는데요. 들은 바로는 개발/설계팀이 아닌 대우의 품질관리팀의 역량이 어마어마했다고 합니다. 당시에 생소했던 가속수명시험에 대한 개념을 공식화하기도 하고 신뢰성시험등 시스템을 갈아엎었다고 하는데, 이후 대우가 도산된 이후 이분들은 삼성과 LG에서 냉큼 모셔갔다고 들었습니다.
바로 이거죠. 개발이나 설계는 중소기업에서도 다 건드려봤다고 했잖아요. 당연히 시제품도 만들어야 실물 성능을 측정하고 보고서 마감했을테고요. 모르긴해도 테슬라 모터는 국내 자동차 부품사 2차벤더까지는 유사성능과 개념 시제품이 먼지덮여서 몇 개 있을겁니다. 중요한건 이걸 돈되는 사업화하는 거죠. 저는 공학의 꽃은 기업의 생산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수율로 신뢰성있는 제품을 경제적으로 만드는 것이죠. 이것은 희대의 천재가 나올수 있는 연구소보다는 오랜 경험의 장인이 있는 생산기술, 그리고 오랜 기업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리튬배터리로 탑차를 개조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에너지량을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적이 있습니다. 의외로 주행은 큰 에너지가 들지 않는데 공조장치는 전력을 많이 먹거든요. 테슬라는 온풍은 배터리의 폐열로 대체를 했다고 하는데 감탄스럽더군요. 근데 에어컨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네요. 그건 생짜 냉매압축밖에 없을텐데요. 아무튼 그때도 주행기록은 당연히 모든 공조장치를 끄고 달리는 거였습니다. 풍압면적과 마찰력때문에 창문도 못열고요.
자동차가 에너지를 더먹었으면 더먹었지, 결코 줄어드는 역행은 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과 환경은 이를 원하지 않으니 극도로 효율을 늘리려고 하겠죠. 제가 궁금한건 이런 절대적인 자동차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해결책입니다. 지금까지는 화석연료의 압도적인 열량과 그래도 조금씩 증가하는 내연기관의 효율로 버티고 있었는데요, 이게 배터리로선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이건 테슬라만의 문제도 아니고, 모두의 인식이 바뀔수도 있으니까...두고보죠.